문재인 변호사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이 출간된 뒤 이 책의 내용 때문에 뜬금없는 ‘예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 변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을 "무례한 사람"이라며 “대단히 건방졌다”라고 직격한 다음의 일이다.
이 소식이 각 언론에 보도되자 당사자인 이인규 변호사가 즉답을 하고 나섰다. 자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결례를 한 사실이 없으며 조사 당시에도 예의를 다 갖췄다고 항변한 것이 그것이다. 이에 다시 문 변호사는 이 변호사를 향해 “겸손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렇다면 이런 논란을 왜 나왔으며 이들이 말하는 예의와 겸손은 또 어떻게 다른가?
이인규 변호사는 자신을 취재하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당시 조사 전후에 노 대통령께 충분히 예의를 갖췄다"며 "나는 수사하는 사람으로서 직분을 다했을 뿐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 내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또 "당시 노 대통령을 처음 뵈었을 때도 내가 상석에 앉거나 태도를 건방지게 해서 조금이라도 언짢게 느낄 만한 상황은 전혀 없었다. 조사 전에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함께 있으면서 차를 마셨는데 여러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알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고도 한다.
여기에 덧붙이기를 "노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쳤을 무렵에는 내가 직접 중수부 특별조사실로 올라가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20분 정도 선 채로 있었다. 그때 노 대통령은 앉아 계셨고 나는 예를 차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하기도 했고, 박연차와의 대질심문 시도가 “무례한 것”이라는 문재인 변호사의 주장도 "두 사람의 말이 틀리니까 어느 쪽이 진실인가 밝히기 위해서는 당연한 절차 아니냐.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것이다"라고 반박한 정도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문제 때문에 문재인 변호사가 자신에 대해 “대단히 무례한 사람”이라고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체가 이인규 스스로 '무례한 사람'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의 결과로 말하며 그 같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모든 권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고 있다. 반면, 검찰을 법으로 통제하려는 법조문은 이미 거의 모든 법조문이 사문화 된 지 오래다. 즉 ‘피의사실공표죄’라는 죄목 하나만 보자.
이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 따라서 검찰은 언론과 같은 공적 보도기능을 가진 대상에게 피의자의 피의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 하지만 이는 법조문에만 있다. 검찰 스스로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면서 ‘수사 브리핑’이란 제도를 악용,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한다.
이 같은 검찰의 언론플레이로 이미 피의자는 국민들에게 죄인으로 각인되어 소환되기 일쑤다. 이 같은 수법은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 한 사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고위직을 지냈거나 세칭 거물이라고 운위되는 모든 자연인들의 인권이 수사 브리핑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또 이 수사브리핑 내용이 현저하게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되더라도, 그래서 이에 대한 항의로 심지어 수사검사나 대검 수사기획관을 고소해도 아직 이들이 이 때문에 검철의 소추를 받았다는 기록조차도 없다. 따라서 현존하는 법조문 속의 죄명인 ‘피의사실공표죄’는 이미 사문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공방에서 나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집 구입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검찰이 그 같은 사실을 외곽수사를 통해 입수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해서 직접 심문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 전에 이미 그 같은 사실들을 언론에 퍼뜨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칭 ‘논두렁에 버렸다는 명품시계’건은 또 어떤가? 왜 검찰이 이런 사실들을 공표하여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한으로 만드는가?
더구나 최도술 전 비서관의 금품수수 사실을 적발했던 검찰이 그 돈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수사를 통해서 입증하고 재판을 통해서 진위여부를 가리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미 그 돈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알고 있는 돈인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자행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 항의하는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국민의 알권리’운운으로 덮어갔다.
따라서 나는 문재인의 이인규에 대한 “대단히 무례했다”거나 “겸손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그나마 문재인 같은 신사나 수 있는 평가로 본다. 그럼에도 이인규는 이에 대한 반박이라는 것을 조사 당일 자신의 행동 정도로 국한시키는 편협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말대로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공개된 자리에서 직전 대통령께 그 정도 예의를 차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직전 대통령께 이미 모든 창피를 다 준 뒤에 면전에서 존대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예의가 아니라 ‘우롱’이라고 표현해도 될 파렴치함이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결례를 한 적이 없고 모든 예의를 다했다. 차도 대접했고 그분이 상석에 앉았을 때 나는 서 있었다.”정도로 변명한다. 이 때문에 문재인은 이인규에 대해 “겸손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다시 공격한 것이다.
더구나 이인규는 문재인의 "검찰은 박연차 회장의 말이 진실이라고 뒷받침할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무수한 증거가 수사기록에 많이 남아 있으니 (문 이사장측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수사기록을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는데 이 또한 이인규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검찰의 수사기록을 변호사가 볼 수 있는 수준은 검찰이 공개한 것 정도다. 즉 검찰이 수집한 정황증거나 보완수사기록은 검찰 스스로 절대로 피의자나 피고의 변호사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이는 용삼참사의 수사기록 공개요구 재판에서도 이미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수사기록 600여 쪽의 공개를 거부했고 피고인과 변호인단은 피고의 무죄입증에 이 기록들을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그런데 이는 검찰이 꼭 공개해야 할 수사기록이었다. 이런 기록들에는 검찰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정황증거나 보완수사기록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 같은 내용이 담긴 때문인지 끝까지 공개 거부로 맞섰다.
검찰의 특수수사란 피의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장소에 무차별적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피고인과 관련이 없더라도 수사상 필요에 의한다는 명분으로 계좌추적 영장도 모든 연관계좌까지 다 청구하여 발부받고 추적한다. 또 증인, 참고인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소환 등을 통한 증인 참고인의 구두진술만이 아니라 계좌까지 추적하는 등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피고인을 압박한다.
이런 과정에서 습득한 증거자료 중 피고인의 유죄입증에 필요한 자료가 수사기록이다. 즉 변호인이 기록복사를 통해 받아볼 수 있는 수사기록이란 얘기다. 그 외 검찰이 수사 중 습득한 정황증거라든지 보완기록들은 변호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인규의 "무수한 증거가 수사기록에 많이 남아 있으니 (문 이사장측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수사기록을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검찰에 유리한 수사기록을 변호인 측이 갖고 있으니 그것을 공개하라고 요구함이다. 다시 말해 “당신들이 갖고 있는 수사기록에 노 전 대통령이 의심받을 만한 내용이 있지 않느냐? 그러니 자신 있으면 공개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문재인은 이런 이인규의 속보이는 짓을 “겸손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했다고 본다.
이처럼 문재인의 예의와 이인규의 예의는 다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다름이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는 천신만고 끝에 합의에 이른 아주 작은 검찰개혁의 결실까지 내치려고 국회 사개특위까지 무력화 시켰다. 그도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에...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그 ‘한마디’가 퇴임 후 자신을 옥죌 수 있다는 것을 곧 깨달을 수도 있다. 그라고 ‘무례하고 겸손을 모르는 중수부 검사’들을 만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인규의 변명 중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라는 말을 새겨 들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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