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철학과 전호근 교수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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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正直)의 죽음을 슬퍼하며
노나라 임금이 공자에게 “어떻게 해야 백성이 승복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직한 사람[直]을 굽은 자[枉] 위에 두면 백성이 승복하고, 굽은 자를 정직한 사람 위에 두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습니다.”
또 제자 번지가 앎에 대해 물었을 때도
“정직한 사람[直]을 굽은 자[枉] 위에 두면 굽은 자를 곧게 펼 수 있다.” 고 대답한 적이 있다.
여기서 정직한 사람을 가리킨 직(直)자는 ‘곧은 나무 판’을 뜻하고,
부정직한 사람을 가리킨 왕(枉)자는 ‘구불구불 휘어진 나무판’을 뜻한다.
옛 목수들은 굽은 나무판을 곧게 펴려면 곧은 나무판을 그 위에 올려놓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이런 말이 생긴 것이다.
오늘 어느 페친이 올린 게시물에서 세월호 잠수사 김관홍씨가 청문회에서 진술하는 영상물을 보았다.
나는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을 이루지 못해 정신과 치료제를 계속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유족들을 만났을 때 ‘고맙다’는 말 한 마디를 듣고 나서 약을 끊을 수 있었습니다.
약이란 화를 그저 눌러놓기만 할 뿐이지 치료가 안 돼요.
그런데 유족들의 그 한 마디가.....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1명의 시신이 물속에 잠겨 있는데, 왜 저희가 그런 식으로 쫓겨나야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희는 노가다예요.
저희는 단순합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겁니다.”
정직에 관한 한 나를 이보다 더 가슴 아프게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말에는 무엇이 정직인지, 또 우리가 불행을 당한 이웃을 어떻게 해야 위로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아이들의 시신 열한 구가 물속에 잠겨 있으면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들어가서 꺼내 와야 하는 게 잠수사의 정직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정직이란 말인가?
어제 그가 죽었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은 이 나라에서 이웃의 불행을 가장 가슴 아파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려준다.
그는 스스로 노가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그러니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 가장 정직한 것이 이 나라의 진실이다.
이렇게 우리의 정직은 두 번 세 번 연이어 바닥으로 침몰하고 있다.
한없이 부끄럽고 가슴 아프다.
공자는 목수에게 배웠는데 왜 이 나라는 잠수사에게 배우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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