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설

프라이온(Prion).(펌)

수水 2008. 4. 26. 12:38

프리온(Prion, Proteinaceous Infectious particle, protein+virion에서 파생)은 인간이나 동물에 정상적, 혹은 비정상적, 더 나아가서 질병을 유발하는(pathogen)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단백질이다. 

 

이 중 질병유발 형태의 프리온은 사람의 크로이츠펠트 야콥 병(Creutzfeldt-Jacob-Disease, CJD), 소의 광우병(BSE), 양의 스크래피(Scrapie)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질병유발형 프리온은 유전자 변형에 의해 몸속에 있던 정상적인 프리온이 변형되어  '우연히' 생길 수도 있지만(가족력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fCJD; 가족력 불면증) 오염된 음식을 통해 몸 속으로 침투한다는 것이 정설이다(광우병, 쿠루(Kuru)). 

 

질병유발형 프리온은 다른 질병 유발인자인 바이러스나 세균, 혹은 곰팡이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것이, DNA나 RNA로 대변되는 유전물질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단백질은 학술적으로도 물론 흥미있는 대상이지만, '광우병 파동'  이후 농축산업 분야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관련 인자로서 전 세계에 걸쳐 소비자보호, 의학,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계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리학적(정상적) 형태의 프리온은 43% 정도의 α-helix 구조로 되어있으나 질병유발형은 30%로 감소한 α-helix 구조에 43% 정도의 β-pleated sheet 구조로 변형된 형태를 보인다. 질병유발형 프리온의 위험한 점은 그들이 정상적인 생리형 프리온을 이 β-pleated sheet 구조로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데 있다.

 

정상 프리온은 보통 뇌조직에서 발견되므로 위에 설명한 그 프리온 변형 과정 또한 당연히 신체 중요 장기인 뇌에서 이루어져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또한 프리온이 뇌의 신경세포 생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프리온 가설과 프리온에 의해 유발되는 질병의 특성

 

수많은 사람과 동물의 몸, 그 중 특히 신경시스템 및 뇌에는  PrP^C (Prion Protein cellular)라 명명된 단백질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동물 종류, 혹은 같은 동물 종류 안에서도 프리온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 단백질은 세포 표면에 존재하며 2가 구리 이온이나(Cu^2+) 과산화수소, 그리고 자유 라디칼 등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프리온은 활성 산소와 자유 라디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세포 방어 시스템의 첫번째 센서로서 효소에 의한 자유 라디칼 분해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측된다(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Vol. 280, NO.43, pp 35914-35921).

 

정상 단백질인 PrP^C가 PrP^Sc(Prion Protein Scrapie)라 명명된 변형 단백질과 접촉할 경우, PrP^C는 PrP^Sc의 모양을 본따 새로운 형태로 변형된다. 이렇게 연쇄반응이 시작되어 점점 더 많은 양의 PrP^C가 PrP^Sc로 변하는 것이다. PrP^Sc의 양이 많아지면 이는 뇌에 치명적이 된다. 특정 침전물들이 쌓이며 구멍이 생겨 스폰지 모양의 뇌증(腦症. encephalopathy)을 유발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 질병의 시작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산발성(散發性), 즉 우연하게 특이한 원인 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PrP^C가 우연히 PrP^Sc의 형태로 접히면서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고전적인 형태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sCJD)이 여기에 속한다. 

 

2. 유전적, 즉 유전인자의 오류로 생길 수도 있다. PrP^C의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PRNP 유전자가 오류를 함유하고 있는 경우다. 잘못된 유전정보에 기인한 불량 단백질은 PrP^Sc로 변형되기가 더 쉽다.  이 잘못된 정보는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유전된다. 가족력 크로이츠펠트 야콥병(fCJD), 게르스트만-슈트로이슬러-샤잉커 신드롬(GSSS, Gerstmann-Straussler-Scheinker-Syndrom), 혹은 죽음에 이르는 가족력 불면증(FFI, Fatal Familial Insomnia) 등이 그 예다.

 

3.  전이나 감염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다. 외부 PrP^Sc에 노출되었을 때, 이는 자신의 PrP^C를 PrP^Sc로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흡수했느냐, 어떤 경로로 흡수했느냐, 어떤 종류의 PrP^Sc를 흡수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다. 감염은 환자와의 접촉으로 발생하지는 않지만, PrP^Sc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물질-예를 들면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뇌-을 혈관에 투여한다든지, 최악의 경우 자신의 뇌에 직접 접촉시키는 등의 경우는 전이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이는 뇌수술 도중 부주의로 감염환자의 뇌 일부분을 정상적인 뇌에 접촉을 시키는 의원성(醫原性 iatrogenic) 경우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는다(iCJD). 또다른 예는 파푸아 뉴기니인의 질병 Kuru다. 이 종족들은 고유 의식의 일환으로 죽은 이들의 뇌를 나누어 먹었고 많은 양의 PrP^Sc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유명하고 경악스러운 예는 광우병(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일 것이다. 학계에 널리 퍼져 있는 믿을만한 연구 이론에 의하면 광우병은 질병유발형 프리온 PrP^Sc가 스크래피에 감염되어 죽은 양의 사체로 제조되고 공급된 동물사료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동물사료는 낮은 온도 및 압력 하에서 만들어졌고 이는  PrP^Sc가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동물사료로나 또는 병든 소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 먹이로 인해 고양이나 동물원 동물들도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는 BSE 감염소 유래의 고기나 뇌, 척추 조직 등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new variant)의 크로이츠펠트 야콥 병을 앓게 되었다 (nvCJD/ vCJD).


[CJD 분포도]

초록 부분은 vCJD가 사람에게 나타난 것이 확인된 나라이며, 연두색 부분은 BSE의 경우이다

 


[국가별 BSE 통계]



실험은 가족 유래의 프리온 질환도 감염된다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잘못된 유전 정보로 인해 발현된 PrP^Sc를 쥐의 뇌에 주사하였더니 그 곳에 있던 PrP^C가 PrP^Sc의 형태로 변형되어 질환을 일으켰던 것이다.


프리온은 보통 사용되는 소독이나 멸균방법에 대해 매우 강한 내성을 지닌다. 이것은 iCJD 경우나 광우병 파동의 원인이기도 하다. 프리온이 함유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조직에 닿았던 기구들의 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이 지정되어 있다.

 

프리온에 대한 가설은 상당히 많이 정립되어 있으나 PrP^Sc 이외에도 또다른 인자가 존재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관련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 혹은 핵산을 찾아보고자 하는 지금까지의 시도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기에 그 쪽으로의 길을 계속 찾아보고자 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가끔 BSE와 곤충독과의 상관관계를 설정하는 것 등과 같은 아웃사이더 의견이 발표되기도 하지만 신빙성은 희박하다.



프리온 연구의 역사

 

프리온 관련 질환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크래피 경우가 관찰된 것은 1752년의 일이었고 최초의 CJD의 경우는 1920년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그 질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고 질병의 카테고리도 정할 수 없었다. 1932년 스크래피가 감염성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으며 1957년 쿠루에 대한 관찰 결과가 최초로 발표되었다. 60년대에는 이 두 질병의 유사성이 확실시 되었으며 쿠루가 원숭이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핵산과 관련 없는 감염원이 존재한다는 최초의 실마리였으나 당시의 사람들은 느린 바이러스(Slow Virus)라는 생각에 더 힘을 실어 주었다.


1982년 Stanley Prusiner가 발표한 "프리온 가설"은 학계에 조심스럽게,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핵산이 관여하지 않는 감염원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불가능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차츰 이 가설은 새로운 세계를 안내하는 선구자적인 이론으로 자리잡았고, 1997년 프러시너는 그의 프리온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오랜 시간 그의 가설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1986년 광우병 전염이 영국을 휩쓸었고, 1996년 최초의 vCJD의 사건이 보고되었다. 정치가들은 질병 예방 및 소비자 보호 실패를 통감하고 프리온 연구에 많은 투자를 시도했다. 수많은 연구팀들이 새롭게 결성되었고 연구센터가 세워졌으며 협력체제가 구축되었다. 프리온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의 수도 현저히 늘어났다. 광우병 파동 뒷수습의 방편으로 정치가들은 프리온 연구에 많은 지원을 했으나 연구의 속도나 결과는 그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프리온 단백질의 구조


인간 프리온은 253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당단백질(glycoprotein)이다. 유전 암호는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PRNP, Prion-Protein-Gene)에 지정되어 있으며, 다른 포유류 동물의 프리온 단백질들과는 85% 이상의 아미노산 서열 유사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인간과 소의 프리온 단백질은 13개의 아미노산이 차이를 보일 뿐이다. 또한 몇몇 돌연변이 프리온이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각각 fCJD, GSS 및 FFI를 유발한다. 129번째의 코돈은 메티오닌/발린 다형(多形)현상(polymorphism)을 보여주는데, 이는 질환의 발병 및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PrP^C는  α-helix 함유량이 많은데 반해 PrP^Sc는 β-pleated sheet 구조를 많이 함유하고 있지만,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형태의 프리온은 아미노산 서열을 의미하는 1차 구조에는 차이점이 없다.

[PrP^C 와 PrP^Sc 의 구조]

구불구불한 α-helix를 많이 함유한 정상 프리온(왼쪽)과 화살표로 나타낸 β-pleated sheet 구조를 보이는 변형 프리온(오른쪽)


 

PrP^C가 PrP^Sc로 변형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변형된 프리온 단백질은 그 성질 또한 판이하게 다른 점을 보인다. PrP^Sc는 물에 잘 녹지 않으며, 열에 매우 강하고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Protease)에 대해서도 강한 내성을 나타낸다. PrP^C는 시냅스(synapse, 신경 세포의 연접부) 부위에 주로 존재하며,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혈액을 생성하는 줄기 세포의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는 뇌졸중 이후 회복되는 속도가 정상 쥐보다 느렸으며 또한 비대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구리와 결합하는 단백질로서의 역할도 있다는 몇 몇 단서도 관찰되었다. 유명 전문지에 발표된 논문은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이 혈액을 생성하는 줄기세포를 재생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세포에서 프리온은 세포 표면에 존재하며, 적어도 신체가 건강한 상태에서는 별다른 특이한 역할을 보여주지 않는다(PNAS 2007 Mar 13;104(11):4712-7.).



프리온으로 유발되는 질병의 증상 및 병리


모든 프리온 유래 질병은 예외없이 운동기능 장애(ataxia)의 증세를 보이며, 사람에게는 치매로 대변되는 인지 능력의 문제점도 나타낸다. 수 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잠복기 끝에 질병은 처참한 죽음을 불러온다. 현미경으로 관찰된 뇌는 스폰지 모양으로의 형태 변형, 이웃한 신경세포의 파괴로 인한 비정상적인 성상(星狀) 세포 증식(astrogliosis) 및 아밀로이드나 쿠루 플라그(Kuru-Plaques)의 침전을 보여준다.



 

 

그림출처 및 참고 사이트:

 

http://www.biologie.uni-duesseldorf.de/Institute/Physikalische_Biologie/

http://memory.ucsf.edu/Education/Disease/cjd.html

http://www.wikipedia.org/

http://nobelprize.org/nobel_prizes/medicine/laureates/1997/press.html

http://employees.csbsju.edu/hjakubowski/classes/ch331/protstructure/olprotaggreg.html

 

J Biol Chem. 2007 Dec 7;282(49):3587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