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 하문하기를, "작년 도성의 남문이 불타고 커다란 쥐가 출몰하여 도민을 물어 죽인 일에 이어, 운종가에 갑자기 산성이 생기고 통행을 가로막은 일이 있었다. 또한 올해는 신종불루라는 역병이 돌 것이라는 소문이 장안에 퍼지고있음은 하늘이 나의 부덕을 꾸짖음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좌팔들의 선동과 배후세력의 참람한 역모인가?"
판중추부사 강만수가 계하기를, "성상의 치세는 태종 정희대제 연간에 버금가는 태평성세로 그 밝은 것에 견줄 만한것이 있다면 오직 천상의 태양뿐입니다. 도성의 소란은 간악한 좌팔 무리들의 비루한 협잡일 뿐 상의 앞길은 항상 불도자가 지나 듯 평탄할 따름입니다. 다만, 남문의 화재와 역병은 나라의 녹음과 물기가 부족한 일이라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늘의 뜻입니다. 지금 죽어있는 전국의 큰 강 4곳의 바닥을 파서 공구리를 바르면 응당 녹색이 더해지고 물기가 풍부해 질것이니 이를 녹생성장이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빈민을 구제하는 것 보다도 나라의 방위를 튼튼히 하는것 보다도 비할 바 없이 긴요한 일이니 국고를 아끼지 말고 공구리를 바르소서."
상이 말하기를, "바로 이거야! 판중추부사야 말로 나의 제갈무후다. 전국의 불도자를 모아 강을 평탄히 하고 공구리를 바르라"
병조판서 이상희의 차자(箚子)
"무릇 나라의 방위는 나라의 뿌리를 지키는 일이라 할것입니다. 상께서 국방경장 이공이공을 줄이시는 것은 나라의 안위를 걱정치 않으심입니까? 그것이 아니면 강바닥을 파는 것으로 국경을 지킬수 있다 믿으심입니까? 뜻있는 선비들로부터 좌팔이라 논박 당한 선왕조차도 국방의 비용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신이 천리행군을 부활하고 점호를 강화하고, 변방의 군졸들을 개처럼 부려먹는것으로 군비를 줄인 것은 오직 성상에 대한 충심입니다. 헤아리소서"
상이 진노하여 말하기를, "이 자를 신하라고 부른다면 신하로되 역신이라 할것이다. 강바닥을 파는 것은 판중추부사의 뜻이기 전에 나의 뜻이며 또한 하늘의 뜻이다. 장부가 수신하고 제가하여 치국하고 평천하 할진데, 천하를 평평하게 하는것은 불도자로 땅을 밀고 공구리를 바르는 길 외에 어떤 길이 있는가? 머리가 왼쪽으로 기울고 몸통이 붉은자가 아니라면 어찌 이같은 소를 올릴수가 있단 말인가?
돌아가신 나의 왕사(王師) 아산 선생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하셨다. 나의 공구리가 고작 군졸들의 의식(依食)이나 하찮은 병기를 모으는 일로 실패한다면 경은 누대에 그 죄를 어찌 씻으려 하는가? 당장 효수하여 그 목을 군문에 내거는 것이 옳으나 천리행군과 점호강화로 20년전의 군기를 되찾은 공을 살펴 체직에 그치노라. 또한 이날 이후 과인에게 간하는 자들은 콧구멍으로 선농탕을 들이킨 후에나 가할 것이다."
사신은 논한다, 나라꼴 잘 돌아 가는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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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불도자 : 원통을 마소가 끌게 하여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도구
공구리 : 석회질의 가루로 돌과 돌사이를 붙여주는 물질
차자 : 약식 상소
아산 : 현대서원을 지은 정주영공의 아호
실록에 첨삭 되기를...
이에 북촌의 부호들은 쾌재를 부르는 가운데 그래도 필동과 묵동의 가난한 서인들은 우리 주상이 다 해주실거야 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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