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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녀들의 망치 (Malleus Maleficarum) 상

수水 2007. 8. 30. 17:44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심문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심문장으로 들어 섰다.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자의 지금은 쓰지 않는 포도주 저장소였다.  귀족의 세째 아들로 태어나 무일푼으로 십자군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콘스탄티노플이 무너질 잡았었다는 부자는, 이미 5년 마을을 휩쓴 천연두로 가족과 함께 모두 죽었다고 했다.  화강암이 깔린 바닥은 군데 군데 포도주 흐른 자국으로 어두웠다.  냉기가 흐르는 석벽에 나의 검은 사제복 옷깃이 스쳤다.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심문장에서 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화로는?”


나는 약간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시골 무지랭이들은 마녀 재판을 구경도 못해본 것이 틀림없었다.


불과 물은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고백의 도구였다. 나는 물을 싫어했다. 많은 게으른 종교재판관들이 마녀들을 속에 던져버리는 단순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나는 ‘마녀 수영시키기’를 싫어했다.  불은 가장 확실하게 악마의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도구였다.  나는 마녀가 자신의 목소리로 악마와 계약을 했노라고 자백하는 순간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혓바닥 뽑기도 싫어했다. 물론 글을 아는 마녀의 경우에는 혓바닥 뽑는 것도 무방했다. 그러나 글로 자백을 받으려면 손톱을 뽑을 수도 없고 손가락을 자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혀는 남겨놓아야 한다.


옆에 창백한 얼굴로 있던 촌로 하나가 젊은이 하나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젊은이는 화로를 가지러 뛰어 나갔다. 나는 다시 물었다.


“준비한 물건들을 봅시다.”


나의 충실한 보조자 하켈은 항상 자신이 애용하는 고문 도구들을 조그만 상자에 정리해서 들고 다녔다.  그러나 우리는 거의 언제나 여행을 다녀야 했고, 내 소지품과 트렁크까지 챙겨야 하는 하켈이 들고 다닐 있는 고문 도구들의 무게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번 마녀 재판이 벌어질 마을에는 미리 사람을 보내 재판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미리 준비해놓으라고 일러두었다.  밧줄,40파운드 짜리 댓돌 열개, 나무 망치, 참나무 몽둥이, 인두, 톱 두자루, 채찍, 그리고 하켈이 가장 좋아하는 마차 바퀴 하나. 칼과 송곳 등은 하켈의 상자 안에 모두 얌전히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화로를 제외한 다른 물건들은 모두 제대로 준비되어 있었다. 끝에 쇳조각이 박힌 갈래진 채찍이 있었으면 했지만 이런 촌구석에서 물건을 구할 있을 없었다. 내가 수련심문관으로 스승님을 쫓아 다닐 스승님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가장 단순한 고통이 가장 성스러운 고통이다.  Santa  Simplicitas! (성스러운 단순함이여!)”


아까 귓속말을 듣고 뛰어나갔던 젊은이가 다른 청년 둘과 함께 하얗게 지글거리는 숯이 가득 담긴 거대한 놋쇠 대야를 낑낑 거리며 들고 들어왔다. 불똥이 튀면서 사람들이 석벽 쪽으로 물러 섰다. 하켈이 인두 서너개를 화로 깊숙히 찔러놓았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번득였다.


준비는 되었다.  심문을 시작할 차례였다. 나는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붉은 포도주 한잔을 주석 잔에 따랐다.  오늘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두시간? 세시간?  마을 성당 신부가 준비해 놓은 만찬 음식이 식기 전에 끝나면 좋으련만.  


“마녀를 불러오시오.”

 


 



마녀들을 기다리며 나는 포도주를 홀짝 거렸다.  하켈이 트렁크에서 두권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한권은 물론 성서였고 다른 한권은 성서 만큼이나 내가 소중히 여기는 책이였다.  “마녀들의 망치(Malleus Maleficarum)” 라는 제목이 푸른 사슴가죽으로 장정된 표지 위에서 금박으로 번쩍였다.


성스러운 하인리히 인스티토리스, 악마와 맞서 싸우는 모든 종교 재판관들의 표상이신 분이 직접 저술한 책이다.  인스티토리스께서 교황 이노센트 8세의 명을 받아 사악한 왈덴시안 무리들을 재판하시던 때, 나의 스승님은 인스티토리스의 재판을 직접 보실 기회가 있으셨다고 했다. 


“거룩한 하인리히 인스티토리스는 마치 금강석 같이 반짝이는 눈을 갖고 계셨다. 신의 자식들에겐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푸셨으나, 사탄의 무리들에겐 벼락 같은 기세로 신벌을 내리셨느니.”


스승님은 말씀을 하시며 가슴에 커다란 성호를 그으셨다. 인스티토리스는 마녀들의 항문에 지진 인두를 집어 넣는 방법을 좋아하셨다고 한다.  혹은 무쇠집게로 발목의 힘줄을 잡아 빼는 것도 자주 쓰는 방법이었다.


인스티토리스와 스승님의 제자인 나는 오늘 어떠한 방법으로 마녀를 구분해 것인가. 바티칸의 도서관에는 여러 교묘한 고문 방법들을 설명해 놓은 논문들이 널려 있었다.  어떤 방법들은 고문이 아니라 사람을 채로 해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복잡했다.  호기심에 종종 읽어보긴 했지만, 나는 단순한 고문들을   좋아했다.  참나무 몽둥이질 정도면 대부분 쉽게 입이 열렸다.


마녀들이 들어왔다.  남자 둘에 여자 둘.


촌로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저 남자는 조나스라는 이름으로 갓난아이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기름을 끓여…”


나는 손을 들어 말을 멈추게 했다. 찬찬히 마녀들의 얼굴을 살펴봐야 한다.  악마와 계약한 자는 반드시 미간에 검은 기운이 돈다. 스승님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시던 말씀이었다. 난 언제나 검은 기운을 찾아냈다.


“너!”


여자 한명을 먼저 지목했다.  서른 다섯쯤? 이미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얼굴을 들어보라.”


고문은 절망시키기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죄목을 묻고 증인을 불러 재판에서 벗어날 있다는 희망을 필요는 없었다. 절망은 자백을 부른다. 역시 스승님의 가르침이었다. 난 한번도 스승님의 가르침이 어긋난 것을 보지 못했다.


“너 부터 시작하자.”


하켈이 씨익 웃었다.

 


 





하켈은 수족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로 지시를 내릴 필요도 없었다. 참나무 몽둥이를 집어든 하켈은 내가 지목한 여자를 땅에 무릎 꿀렸다.


여자가 입을 열었다.


“사제님. 전..”

“말하라고 허락하지 않겠다.”


하켈에게 눈짓했다.  그가 물었다.


“뼈를 부러뜨려도 될까요?”


 

잠시 생각했다.  마녀로 몰린 여자들 열에 일곱, 여덟은 유부남과 바람을 피웠다가 마을 부녀자들에게 미움을 경우였다.  문제는 이들이 통정한 남자들의 태도였다.  여자가 젊고 아름다우면 남자들은 여자들이 살아남길 원했다. 적당히 얼굴에 상처 안나게 매질을 해서 마을 여자들의 분을 풀어놓으면 여자는 대개 살아남았다.  그런 경우 물론 그날 숙소에는 자기 애인을 살려준 댓가로 묵직한 돈주머니를 들고 오는 남자가 있을 것이다.


뼈를 부러뜨리면 절반은 ㅂ ㅕㅇ신이 된다. ㅂ ㅕㅇ신이 애인을 살리기 위해 돈을 지불할 사람은 없다. 하켈은 그것을 묻고 있었다. 나는 다시 여인을 찬찬히 훑어 보았다. 길쭉한 코에 푸른 빛이 도는 뺨. 제대로 먹지 못해 피부에는 부스럼이 나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부자의 애인이 만한 여인은 아니었다.


“부러뜨려라.”


딱.


말이 떨어지자마자 하켈의 몽둥이가 정확히 여자의 어깨를 때렸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고 머리를 땅에 박았다.  역시 하켈이었다. 분명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켈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어른 팔뚝만한 몽둥이가 사정없이 여자의 구석 구석에 작렬했다.  부러지는 소리를 어번 들었다. 쇄골과 갈비가 나갔을 것이다. 아직 목숨은 위험하지 않았다.


“멈춰라”


여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난 코웃음을 쳤다.   옆에 놓여 있는 인스티토리스의 책에는 “재판을 받는 동안 눈물을 흘리지 않는 여자는 마녀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스티토리스의 책은 너무나 유명해서 사탄 조차 내용을 알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마녀다. 눈물을 흘린다고 마녀가 아닌 것은 아니다.


다음은 인두를 써볼까? 화로가 늦게 들어온 탓에 아직 쇠가 뜨거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의 이미 창백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심문관님, 어째 제가 마녀인지조차 묻지 않으십니까.”

“네가 마녀인 증거는 이미 제출되었다.  네가 말해야 것은 네가 마녀가 아니라는 증거다.”


하켈이 오른손으로 손도끼를 들고 왼손으로 여자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정식 형틀대신 사용하러 가져다 놓은 낡은 나무 침대 위에 여자의 왼손을 올렸다.


“손가락이 개, 나의 질문도 개.”


여자의 숨이 빨라졌다.



 



“사탄에게 영혼을 팔고 마녀가 되는 계약을 맺었느냐?”

“아닙니다.”


딱.


피가 튀었다.  하켈이 콧등에 묻은 피를 무신경하게 닦아 냈다.  여자의 비명에 참석하고 있던 촌로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미 구역질이 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늙은이도 하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둘째,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였느냐?”

“아니오.. 아니오..”


딱.

여자는 더욱 비명을 질러댔다.  여자가 조용해지길 기다리며, 나는 오늘 저녁 만찬에 내가 좋아하는 거위 요리가 나올 지를 생각했다.


“셋째,  밤에 너희 무리들이 몰래 모임을 열었느냐?”

“…”

“부인하지 않으면, 네가 마녀임을 인정하는 것이냐?”


손가락 두개로 싱겁게 끝나는가, 생각하고 있을 아까 젊은이게 귓속말을 건넸던 촌로가 입을 뗐다.


“지난달 그믐날 밤에, 저 넷이 속에 모여 사탄에게 제물을 바치고 있는 목격한 사람이 있습니다.”

“제물?”

“모닥불을 피워놓고 무엇인가 둘러앉아 마시고 있었다고…”


나는 기쁨에 들떠 몸을 떨었다.


“사바스(Sabbath)를 벌이며 갓난아이의 기름을 마시고 있었구나.”

“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로…”

“갓난아이를 죽여 껍질을 끓인 기름을 마시면 몸이 가벼워져 빗자루를 타고 있다 들었다. 너희들의 수법을 안다.”

“아닙니다…”

“하켈”


딱.


“아직 손가락은 일곱개가 남았다. 마녀임을 자백하라.”


이미 마녀임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러나 마녀라는 증거는 반드시 고문을 통한 자백으로서만 얻어낼 있다는 종교 재판관들 사이의 상식이었다.


손가락은 일곱개가 있었다.


“재판관님, 여기 마녀가 타고 있던 빗자루가 있습니다.”


화로를 들고왔던 젊은이가 조심스럽게 빗자루 하나를 들고 나왔다. 마술에 쓰인 증거물까지 나왔으니 이상 잡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켈, 살펴보라.”


하켈은 빗자루를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아직 피냄새에 코가 마비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바곳 연고 냄새가 납니다.”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소리내 웃었다.


“마녀들의 고약이다. 이래도 부인하겠는가?”

“그것은… 그것은…”

“악마가 직접 고약을 주었는가?”

“아닙니다. 그건…”

“그럼 누구인가?”


여자의 동공이 커졌다. 내 질문을 이해한 것이다. 그녀 혼자만 마녀일 수는 없다. 누군가 다른 마녀가 있어야 한다.  어차피 여인은 화형당할 것이지만 행색을 보면 재산을 털어도 화형식에 쓰일 장작값 대기도 벅찰 것이다. 베니스에 있는 애인에게 요즘 유행한다는 ‘커피’라는 최음제를 사주기로 약속했다. 누군가 많은 마녀가 필요했다. 여자도 그걸 알고 있었다.


 

"누구와 함께 사바스를 행했는가?"


 



이미 사건의 윤곽은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다.  마녀로 지목된 남녀들은 아마도 남몰래 숲속에 모여 환각제 성분이 들어간 연고를 몸에 바르며 성적 열락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재판관 들은 연고를 알고 있었다. 심지어 연구를 핑계로 연고를 직접 조제해본 재판관도 있었다.  수도원 쪽방에서 수도사들이 밤중에 지르는 비명이 그리스도의 고난을 쫓아 몸에 가하는 채찍질 때문이 아니라 연고 때문이라는 은밀한 소문도 있었다.


하여간 그들을 목격한 증인이 있었고, 증거물도 나왔다. 그 명은 죽을 것이다. 남은 문제는 베니스의 애인에게 커피를 파운드나 있느냐 하는 뿐이었다.  마녀 용의자들이 눈치껏 대답해 준다면 그들에게 빠른 죽음을 선사해 수도 있었다.  정도, 집에 두어 마리의 여유가 있는 아무나 이름만 이야기해 주면 일은 끝난다.


촌로들에게 물었다.


“최근 마을에 이상한 일이 없었는가?”


“우리집 돼지가 두마리나 새끼를 낳다 죽었습니다.”


화로를 들고 젊은이였다.


“두 전에 바람이 불어 교회의 창문 덧문짝이 떨어졌습니다.”


증언이 이어졌다.


“엘라나의 아들이 열병을 앓고 난후 바보가 되었습니다.”


“대장간 화덕의 불꽃이 치솟아 거꾸로 걸린 십자가의 형상이 된적이 있습니다.”


"다 마녀들의 소행이다.”


나는 손가락이 잘려나간 마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바닥을 기는 여인은 잘린 손가락을 집어 제자리에 맞춰보고 있었다.


“악마가 손가락을 붙여줄 것이라 믿는 거냐?”


여인은 이상한 신음소리를 뿐이었다.


“말하라. 사바스에는 누가 있었느냐?”


그저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여인을 보다가, 나는 하켈을 돌아보았다.


“악마의 흔적을 찾아라.”


악마와 계약을 맺은 자들은 몸에 계약의 증표가 남는다.  증표를 눈으로 수십번이나 적이 있다. 하켈이 작은 단도를 빼어들고 여인의 옷을 찢었다.


여인은 순식간에 벌거벗었다. 볼 품없는 몸매였다. 하켈이 여인의 몸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다. 종종 악마의 흔적은 눈에 띄지 않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느낄 있다. 하켈은 여자 구석 구석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머리 속을 헤집어 보아라.”


하켈이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 챘다. 푸석한 머리가 한줌이나 하켈의 주먹에 남았다.  하켈이 소리를 질렀다.


“찾았습니다!”


하켈이 여인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마침 부러져나간 쪽이었던지 여자가 가냘픈 비명을 질렀다.


여인의 왼편 팔뚝에 짙은 갈색 반점이 있었다. 오각형이었다. 오각형.오각형의 별. 사탄의 모양. 더 이상 증거는 필요없었다.


“악마와의 계약을 증거를 찾았다.”


여자는 눈물을 흘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름을 대라.”


여자는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놀랐다. 아직 힘이 남아 있었나? 하긴 손가락 몇개로는 한참 부족할 것이다.


"하켈, 송곳이다.”


마녀의 중요한 증거 하나는 그들의   구석에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송곳으로 몸을 이곳 저곳 찔러보면 신경이 마비된 곳을 찾을 있다. 물론, 대부분 송곳이 서너군데 들어가면 신경이 마비된 곳을 찾기 전에 입이 먼저 열린다. 하켈이 송곳을 꺼냈다.


“잠깐, 송곳을 달궈라.”



 



송곳을 달구라는 말에 하켈이 의아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악마의 흔적 (diabolicalmark)는 송곳에 찔려도 상처가 나지 않고 피도 흐르지 않는다.  인간의 피부는 매우 탄력 있어서 종종 작은 구멍이 나도 피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켈 같은 전문가는 어떤 곳을 찔러야 피가 흐르지 않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곳을 달궜을 경우는 다르다. 눈에 보이는 상처가 생길 것이다.


“들어라 여인”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종종 선한 인간이라도 한순간 신앙심이 모자라면 악마에게 빙의되는 수가 있다. 악마에게 몸에 들어가는 것이다.”


여인이 똑바로 눈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기이한 느낌이 목뒤를 타고 흘렀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예수님도 악마를 인간의 몸에서 쫓아 내시어 돼지의 몸에 가두신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


처음으로 여인의 입에서 “예” 라는 답변이 나왔다.


“교회에서는 악마에게 빙의된 것을 죄라고 보지 않는다.”


‘아’ 라는 작은 탄성이 촌로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러나 마녀는 자신의 의지로 악마에게 영혼을 것이다. 이럴 경우 마녀의 몸은 화형시켜 그리스도가 재림하시는 날에도 부활하지 못한다.”


다시 “예”라고 여자가 말했다.


“악마가 몸에 들어 있었다면 몸을 통해 다른 마녀들과 교접했을 것이다. 이름을 대라.”


이제 여인은 이해했을 것이다.  이름을 대면 최소한 목숨을 살려줄 있다.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던 답변이 아니었다.


“하켈”


벌겋다 못해 하얗게 달궈진 송곳을 무쇠집게로 집어든 하켈이, 전혀 주저하지 않고 송곳을 여인의 배꼽에 쑤셔 박았다.


치지직.. 아아악..


연기가 솟으며 매캐한 타는 냄새가 났다. 나는 포도주 모금을 마셨다. 이 냄새를 맡으면 언제나 훈제 치즈 생각이 나는군.


출처 : ▶ 하늘색 꿈 ◀™
글쓴이 : 수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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