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만 끼지 않으면 달이야 밤마다 밝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경험으로 보면 1년에 두 차례의 달이 가장 밝고 맑으며, 또 모든 인간에게 큰 복을 내려주는 덕이 커서 사람들은 그 모습을 꼭 보고 싶어 합니다. 바로 정월 보름과 팔월 보름달이 그 대상입니다. 그중에서도 팔월 보름달은 청량한 가을 하늘에, 더위가 식은 서늘한 밤하늘의 달이여서 더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더구나 모든 가을밤을 다 제쳐두고 오직 팔월 보름 저녁만을 우리는 ‘추석(秋夕)’이라 부르며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날 밤의 달이 얼마나 밝고 맑고 좋으면 그렇게까지 할까요.
그 좋은 달밤, 선비나 문사들은 그냥 지내지 못하고 달빛에 홀려 마당에 나와 달을 보며 술을 마시는 풍속이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 많았습니다. 「월하독작(月下獨酌)」이나, 「월하음주(月下飮酒)」 등의 옛 시가 많음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다산은 그 좋은 저녁,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술 마시기를 권장하며 그 밤, 바로 가장 밝은 날 저녁에 술을 마셔야지 다음날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시를 남겼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안 된다, 그날 해야 할 일을 그날로 마치는 일이 바로 부지런함이며 근면의 덕을 실행하는 일이라고 크게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벗이여 달 아래서 마시려거든 / 友欲月下飮 오늘밤 달을 놓치지 말게나 / 勿放今夜月 만약에 내일로 미룬다면 / 若復待來日 바다에서 구름이 일 것이며 / 浮雲起溟渤 또 내일로 더 미룬다면 / 若復待來日 둥근달이 이미 이지러질 거야 / 圓光已虧缺
고시 27수(古詩二十七首)
가장 밝은 달밤에 술 마시기를 권하면서 부지런한 사람만이 참다운 술의 흥취를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산은 유배시절에 두 아들에게 보낸 가계(示二子家誡)에서 “부지런함[勤]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에 할 일을 저녁으로 미루지 말며, 맑은 날에 할 일을 비오는 날까지 끌지 말도록 하고, 비오는 날에 해야 할 일도 맑은 날까지 끌지 말아야 한다.”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다산의 시 맛은 이래서 더욱 의미가 깊고 흥취가 강해집니다. 달 아래서 참맛이 나는 술을 마시려거든 바로 오늘 밤, 그 밝고 맑은 달 아래서 마시라는 것입니다. 내일의 날씨와 기후를 누가 알랴. 그러니 제발 세상의 모든 일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요즘의 날씨는 참으로 예측 불가입니다.
모레면 추석입니다. 달 아래서 술을 마십시다. 정치, 경제, 복지, 중산층 보호, 공정사회 등 말로만 하면서 내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당장 실천하여 다산의 뜻에 부응하면 어떨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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