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선생 추도문
겸암 유운용 지음
원아 유종열 해설
거룩한 규모는
양양(洋洋)하고,
좌우는 도서(圖書)라.
우러러
생각하고
굽어보아
글을 읽었다.
칼날을 던지니
허공에 떠있고,
갈 수록
바르고 확실하니,
평실(平實)한 곳에
넉넉히 들었다.
차례를 쫓아 나아가니
털끝만큼도 어긋남이 없었다.
함양(涵養)하는 공부는
잠시라도 쉼이 없었고,
급할 때도 쉼이 없었다.
엄숙히
천지신명에게 응답하니,
언제나 눈을 떠서
어둠이 없었다.
향불 사르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맑게 하고
정신을 모으면
언제나 마음은 깨어 있어
날마다 새롭고 새롭도다.
동과 정을 살피고,
겉과 속을 꿰뚫으며,
지와 행을 병진시켰으니,
마치 새에게
날개가 돋힌 듯 하였다.
미세하다고 하여
궁리하지 않음이 없었고,
드러났다고 하여
연구하지 않음이 없어서
두루 알게 하고
자세히 설명하니,
촛불처럼 환하고
점처럼 맞았다.
몸을 낮추어
사물에 응대하고,
검소하고 간략하게 살았고,
겸허하게 의에 복종하였으며,
강하게 욕심을 제어하여,
악을 나쁜 냄새맡 듯 하였고,
착한 것을 듣고는
낯빛을 환하게 하였다.
인륜의 아름다움과
일상생활의 떳떳함은
잘지도 않았거니와
굵지도 아니하여
두루 그 이치에 마땅하였다.
힘쓰고 또 힘쓰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였으나
언제나 못미칠까봐 두려워하였다.
한 눈금을 쌓고,
한 치를 길러
세월을 더하노라면
마침내
마음이 깊고 넓게 길러져서
크게 이루었다.
그것을
온몸에 베푸니
얼굴빛과 목소리에 드러났다.
겸손하고 공경하고
돈독하고 충담하고
간결하며 화락하고
평범하며 자상하고
인자하였다.
봄빛처럼 밝게 비추고
가을볕처럼 밝게 쬐었다.
손길 마주 잡고
천천히 걸으면,
학이 춤추듯
새가 날듯 하였고,
나는 것을 의젓하게 그치고
한가롭게 쉴 때면,
그 곳은 산언덕이요
매화향기 감도는 곳일러라.
다가가면 따사하고
바라보니 엄숙하다.
있어도 없는 듯 하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본받을 수 있고,
높아도 낮은 듯 하여
보는 사람이
그가 높은 벼슬아치인지 잊었다.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의
구별이 없어서
물으면 곧 알려주어
그 양단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미친 사람이나 교만한 선비가
거칠게 제멋대로 날뛰다가도
한번 그 집을 바라보기만 하여도
스스로 겸손하게 억제되어
제 마음에 가득한 더러움이
얼음이 풀리듯 녹고 말았다.
성내지 않아도 위엄이 있고
악한 사람은 저절로 신칙하고,
말하지 않아도 믿음이 있었으니
착한 자가 본받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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