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은 이렇게 말한다.
태극(太極)이 있은 뒤에 음양(陰陽)이 있으므로 복희의 괘는 음양으로써 이치를 밝혔고,
음양이 있은 뒤에 오행이 있으므로 하우의 홍범은 오행으로써 치도를 밝혔다.
물과 달의 형상을 살펴보고서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에 계합됨을 깨달았다.
달은 하나이되 물은 수만이다. 물이 달빛을 받으면 앞 냇물도 달이고 뒷 냇물도 달이다.
달의 수효는 냇물의 수효와 같으니, 냇물이 만 개에 이르더라도 그러한데, 하늘에 있는 달이 본디 하나일 뿐이다.
대체로 천지의 도는 바르게 보이는 것이고 일월의 도는 바르게 밝은 것이다.
만물이 서로 볼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은 남방의 괘이다. 남으로 향하여 (천하의 일을) 듣고 밝은 데를 향하여 다스리는 것이다.
내가 이로 인하여 세상을 다스리는 좋은 계책을 얻은 바가 있다. 병거는 변하여 관상이 되고 성부는 뜨락과 거리처럼 환히 트이게 한다.
어진 이를 높이고 친척을 뒤로하며, 환관과 궁첩을 멀리하고 어진 사대부(士大夫)를 가까이한다.
......
근래 와서 다행히도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또 사람은 각자 생김새대로 이용해야 한다는 이치도 터득했다.
그리하여 대들보감은 대들보로, 기둥감은 기둥으로 쓰고,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살게 하여
그 천태만상을 나는 그에 맞추어 필요한 데 이용만 하는 것이다.
다만 그중에서 그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취하며, 선한 점은 드러내고 나쁜 점은 숨겨 주고,
잘한 것은 안착시키고 잘못한 것은 뒷전으로 하며, 규모가 큰 자는 진출시키고 협소한 자는 포용하고,
재주보다는 뜻을 더 중히 여겨 양단(兩端)을 잡고 거기에서 중(中)을 택했다.
......
비유하자면 달이 물속에 있어도 하늘에 있는 달은 그대로 밝다. 그 달이 아래로 비치면서 물 위에 그 빛을 발산할 때
용문의 물은 넓고도 빠르고, 안탕의 물은 맑고 여울지며, 염계의 물은 검푸르고, 무이의 물은 소리 내어 흐르고, 양자강의 물은 차갑고,
탕천의 물은 따뜻하고, 강물은 담담하고 바닷물은 짜고, 경수는 흐리고 위수는 맑지만, 달은 각기 그 형태에 따라 비춰 줄 뿐이다.
물이 흐르면 달도 함께 흐르고, 물이 멎으면 달도 함께 멎고, 물이 거슬러 올라가면 달도 함께 거슬러 올라가고,
물이 소용돌이치면 달도 함께 소용돌이친다. 그러나 그 물의 원뿌리는 달의 정기이다.
물이 세상 사람들이라면 달이 비춰 그 상태를 나타내는 것은 사람들 각자의 얼굴이고 달은 태극인데, 그 태극은 바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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