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찾아오다
덕수궁에서 낙옆과 만난 P에게
정을 안겨주고
스무 여덟해 살아온
축복을 주고
짠 바람부는 영종도에선
가을인지 겨울인지
A에게 바람눈물을 주네
스무 여덟해를 살아온
수고인가
지리산과의 동침후
미련없이 서울로 올라온 C에게
남겨온건 무엇이고
가져온건 무엇인가
기억나는 건
밤의 적막속에 부는 바람소리
깜깜한 어둠에 몸을 숙이고
번쩍거리는 화면속의 여인을 보고
잠과의 싸움을 이겨내려
꾸벅거리는
H는 결국 옆자리 K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화면속의 여인은 낙옆수 아래서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묻고
종로
피맛골 고갈비집의
비릿한 생선내에
너무나 투명한 소주가 어울리네
시원한 동동주가 어울리네
엎치락 뒤치락 사람들
사이에
두 남정네의 비오는 가을날 밤의 타령은 끝이 없고
구리를 지나 청평 가평
춘천까지 어느새 왔는지
도로변에
세워진 엑센트 안에선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이름모를 울긋불긋한 산을 바라보는 여인 L
연기에 눈이 매워서일까
강남역
사거리 P빌딩 17층
창밖에 보이는건 건물건물..
그리고 뿌연 하늘
담배를 마저 빨고 다 마신 커피종이컵에
비벼넣고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으쌰
다시 사무실로 향하는 P 대리
오늘은 재즈바나 가볼까
너무나 푸르른
가을하늘도 이제는 뿌얘져가고
울긋불긋했던 나무도 색을 잃어가는데
어째서 저 들판의 벼는 아직도 추수를 못했는지
일산에
가다가 전철 안에서
후배랑 이런저런 소리를 하는 K
오늘은 일산 호수공원에서 자전거나 타볼까나
조용히,
은근히...
알면서도 모르게, 모르면서도 알게...
그들만의 가을은
늦가을은...
-그들만의 가을은 - 2001.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