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초와 꽁초 사이
그는 꼴초다
그는 슬픔이 많은 이였다
꽃을 사랑하고 벌을 사랑하고
그 존속 관계를 사랑하고
무지개의 하늘을 사랑했다
짚시같은 구름의 마음으로
꿩 우는 들녘을 좋아하고
비 속을 추적여 걷는 일을 좋아하고
붓꽃을 흔들며 지나온 바람의 여행을
즐겨 듣길 좋아했다
날아오르지 못하는 어린 새의 예행동작이 끝나던,
벽을 넘지 못해 안쓰러이
앞으로 고꾸라지던 검은 그림자의 지난 날
응원과 박수와 격려의 나무를 내심 안으로 심어
함성처럼 다가올 내일을 가슴에
들떠 품은 그는,
혼자로도 악마의 길 열어 가는
용기있는 전사였다
다시금 몇 번의 꽃불이 켜지고
그의 손에서는 별 타는 냄새가 났다
아니다,
실상은 그의 전부가 타 들어가고 있는
그 오랜 시간의 중이었다.
채우면서 사는 것과 버리면서 사는 것의 그 씁쓸한
졸작의 사람의 일이 끝난-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그는 역겹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은
백묵같은,
꽁초로 남았다.
作 한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