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킴이 죽다.

수水 2006. 1. 19. 00:48

오늘 12년 간 기르던 킴이 오늘 세상을 달리했습니다......  

요즘은 반려동물이라 하던가...



요몇일전 부터 눈에 띠게 먹이 먹는걸 차츰 줄이더니

 

그제는  일어서는데도 힘겨워하더니.

그래도 쥔이라고  휘청거리며 다가와 만져달라고 머릴들이 밉니다.

급기야 어제는 제대로 거동도 못하는 몸으로  

뭔가 자꾸 집으로 부터 멀리 가려고만 합니다.  

묶어논 사슬도 힘에 겨워 하고....

요몇일째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갈비뼈가 들어나고 말입니다.

잘 먹던 빵을 사다가 주니 기쁜듯 먹는 척하더니

1/3쯤 먹다가 속이 안좋은지 자꾸 개워내려 합니다.

킴...그녀석의 마지막 식사가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몸도 못가누는 녀석이 자꾸 한쪽구석으로 들어가려만 합니다.

날보더니 구석에서 쳐다보고는 나오려하는데

몸이 말을 안듣는 듯 앓는 소릴 내며 힘에 겨운 눈길만 보냅니다.

이젠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 합니다.

고개만 가눌 정도....삶이 얼마 남지 않은듯...

따뜻한 물을 떠다 주고 좀 마시게 해 보려해도 고개를 돌립니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넘이 앓는소릴 내며 만져 달라는듯 머릴 드밉니다.

한참을 누윈채로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녀석의 마지막 길이려니....

그러더니 용을 쓰며 집에서 나오려고 애를 씁니다.

언젠가 들은 바로는

개들은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의 집에서 죽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찬 바닥보다는 지집이 더나을 듯해서

나오지 말라고 밀어넣어도  자꾸 나오려 합니다.

결국 힘에 부친지  지집에 누워서 얕은 숨만 거칠게 소리내며 옆으로 눕습는다.

차마 마지막은  보기가 그렇습다.

머리며 목이며 몸을 마지막으로 쓰다듬어주고...

임마 죽으면 산에 잘 묻어줄께....이제 힘드니 그만 쉬어..........

이제 잠시후면 숨이 다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한시간 쯤 뒤 녀석은 기어코 지집에서 기어 나와 찬 바닥에 몸을 뉘인채

더이상의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다가가 킴하고 불러 봐도 미동도 없습니다.

옆으로 누운 녀석을 쓰다듬으니

벌써 근육이 경직 되기 시작한듯 느낌이 다릅니다.

왈칵 눈시울이 붉어지고 뜨거운 무언가가 목줄기를 타고 넘습니다.......

녀석의 목에서 평생의 굴레였던 사슬로 만든 목줄을 풀어 주었습니다.

커다란 종이 박스에 비닐을 깔고 녀석을 담았습니다...

많이 가벼워진듯...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습니다....

종이 박스가 녀석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12년전 우리집에 처음 올때

작은 종이 박스에 담겨져 왔던 녀석이

이제 죽어서 집을 떠날때는

좀 더 커다란 종이박스에 담겨 떠나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사진 찍으려면

도무지 가만 있지 않으려하고 자세 안나오던 녀석...

우리집에 와서 집지키는... 묶여지내는 넘으로 평생을 보냈지만

나름대로는 독일 순종 도베르만으로

어미,아비가 군단 사령부 군견이였던 혈통있는 넘이였는데....


딱한번 새끼 수컷 두마리를 낳았고....아놀드와 스텔론

세퍼트와 한 번 오지게 싸워서

뒷다리 살점이 뭉텅 떨어져 갈정도로 물렸던 호된기억....

쥐와 새들 잡아서 자랑스레 물어다 놓던녀석...

생긴 외모 때문에 사람들 놀랄까봐 절대 풀어 놓지 못하고 기른 녀석.....

가끔은 주차장에다가라도 풀어주면 그렇게 좋아라 하던 녀석

사실 길러본 개들 중에 순둥이에 속하는 순딩이 중에 순딩이...



시커먼 녀석이 날렵하고 섹시한 폼이

영화배우 킴 베싱어를 닮았다고 이름 붙인 녀석...킴

이젠 저세상에서라도 목줄 없이 맘껏 뛰어다녀라....자유로히 말이다...


 

 

 

 

지난 5월  11살때 킴의 모습

 

 

사진만 찍으려면 고개를 돌려 버리니...

 

 

그나마 이런 모습이라도 이젠 볼수가 없으니...

 

 




오늘 농장 뒷산에 묻어 주었습니다....

마침 미리 파둔  구덩이가 있어 묻어는 주었는데

땅이 얼어서 제대로 흙을 덮어주지 못했습니다.

날 풀리면 흙이라도 더 덮어주마 ...

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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