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설

냉면이야기

수水 2004. 4. 23. 08:37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한식의 타 음식과의 비교에서 맛과 다양성, 선호도, 인지도 면에서
대표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는
국수류, 발효식품, 콩식품, 나물류, 부위별 분류에 따른 쇠고기의 조리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국수류 중 냉면은 우리만의 독특한 것으로
그 특색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로부터 국수란 곡물이나 전분의 소재를 불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동서를 막론하여 만들어 먹어왔는데
주로 주재료인 메밀과 보조 재료인 콩, 녹두를 소재로 하여
국수를 만들어 먹어온 동북아시아의 우리와 일본, 만주 지역을 제외하고는
동남아의 쌀국수, 라틴문화권의 파스타 등의 일부 국수가 있기는 하나
라틴문화권은 조리특성이 직화(直火)방식이어서
물에 삶아야 하는 국수를 먹는 파스타의 역사는 일천하고
쌀국수는 영양분이 많다거나 글루텐의 함량이 높다는 등의
쌀의 특성 때문에 조리법이나 먹는 방법에서 매우 단조롭다.
또 태평양 지역이나 페르샤문화권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국수의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우리의 국수가 갖는 전통적인 의미는 주술적인 측면에서 장수(長壽)를,
제조법 상의 어려움으로는 잔치음식을 대표하고,
구황작물을 이용해 만든 국수는 구황식으로,
또 현대에 와서는 맛과 멋을 찾는 현대인의 기호에 맞는 기호식품 및 간편한 음식인 편의식으로,
또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의미에서 건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수는 면의 소재와 조리법, 국물, 고명의 다양성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그 분류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냉면은 옛날에는 주로 겨울에 먹었고
냉장시설이 발달한 요즘에는 사 계절을 두루 해먹고 있는데

평양냉면, 함흥냉면, 콩국수, 산촌면, 화면, 동치미국수 등으로 대별할 수 있지만
산촌면은 요즘은 해먹는 사람이 없고
화면은 음청류로 분류할 수 있으며
동치미국수와 왜식 메밀국수 등은 평양냉면의 아류로 분류할 수 있으므로 이야기를 생략하고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면 이름이 다르듯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평양냉면의 본고장인 관서지역을 보면
뭍으로는 관북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평야가 많아
화전을 기본으로 한 농경을 생계의 근본으로 삼았으며
바다로는 한반도의 압록, 대동, 청천, 재령, 한강 등과 중국대륙의 황하에서 유입되는 민물과
쿠로시오난류의 북상으로 만나는 넓은 기수지역을 형성하여
어종이 제한적이어서 어로생활은 비교적 발달하지 못했고,

함흥냉면의 본고장인 관북지역은 바닷가를 제외하고는 대개가 산지로
작물로는 그나마 감자가 도입된 이 후로는 감자가 주종을 이루었고
바다로는 오호츠크해한류와 구로시오난류가 교차하므로
어종이 풍부하고 어획량이 많아 주로 어로생활을 영위하였다.

이는 평양냉면의 소재인 메밀과 함흥냉면의 소재인 감자를 주로 사용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이며
고명으로 쇠고기수육과 해산물을 사용하게 된 이유인데
메밀은 끈기가 없으므로 비교적 굵게 착면으로 뽑아야 하고
- 착면 방식 역시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에게만 있는 국수제조방식이다 -

감자는 끈기가 많아 가늘게 뽑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면발이 굵으면 질긴 맛이 나므로 국수발의 굵기가 가늘게 된 것이다.
또 평양냉면의 고명으로 사용하는 쇠고기는 수육으로 조리하였을 때 맛이 진하지 않고
메밀 또한 비빔국수로 먹기에는 너무 잘 끊어지므로 메밀냉면은 육수냉면으로 해먹게 되었는데
국수발이 굵기에 모세관현상에 따른 따라 올라오는 국물의 양이 적으므로
국물을 비교적 간간하게 하여 국물에 휘휘 저어 먹어야 제 맛이 나고,

함흥냉면에 얹는 해물의 회무침은 맛이 강렬하여 국물에 말아먹기보다는
자작할 정도로 국물을 부어 끈기가 있는 가는 국수와 더불어 비빔면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다.

구황작물을 대표하는 감자, 옥수수, 고구마, 메밀, 칡 등은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는 작물이므로 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양가가 적다.

그 단적인 증거로는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남미의 인디오들에게서
99%에 달하는 옥수수홍구병이라는 양분결핍성 피부병이 보고되고 있으며

감자를 재배할 때 한 뙈기의 산밭(山田)만 있으면
일곱 식구가 배불리 먹고도 돼지를 두 마리나 칠 수 있다는 우리 옛 말에서 보듯
단위 면적 당의 소출이 많은 것이다.

때문에 이것들로 만드는 국수 역시 영양분이 적기 때문에
꾸미로 단백질과 지방을 많이 함유한 고기나 해물을 같이 섭취하는 것은
맛에서나 영양면에서나 매우 합리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식 주방을 들여다보면 한정식부, 육부, 탕부, 찬부, 냉면부로 나누어 조리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현재 시중의 음식점에서 제조, 판매하는 냉면은
우선 모양이라는 면에서 연한 갈색의 투명한 국물을 바탕으로
둥그렇게 사리를 놓은 모양에서, 고명으로 얹은 수육과 푸른빛의 오이,
비늘썰기한 무우채, 삶은 달걀의 노랗고 흰 모양이 맛갈스럽게 보이는데

평양냉면의 맛의 포인트는
면발과 육수에 있어 면의 맛은 집집이 비슷하나 국물맛은 집마다 다르다.
냉면의 국물은 차갑게 식혀 먹는 것이기 때문에
뜨거운 육수와는 달리 누린내를 제거하는 방법이나
차가와서 시원한 맛이 아닌 시원해서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중요하고,

반투명한 국수와 붉은빛의 다데기가 군침을 돌게 하는 함흥냉면의 맛의 포인트는
면발과 뜨거운 육수, 다데기, 해물회인데
예전에 흔히 사용하던 감자 전분과는 달리 요즘 흔히들 많이 사용하는
고구마의 전분은 감자의 전분보다는 약간 단맛이 강하므로
다데기와 해물회를 만들 때 이를 감안하여야 하며
해물회로는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는 홍어를 많이 쓰지만
강원도지방에서 사용하는 오징어회무침 역시 매우 맛이 좋다.

함흥냉면집에서 같이 나오는 뜨거운 육수 역시 대체적으로 그 맛이 일품인데
다데기로 간을 하여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국수를 먹으며 간간이 마시는 뜨거운 육수는
매운 기를 가시게 하며 새로운 매운맛을 기다리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같이 먹는 오이와 무우 역시 빛깔이라는 모양새로서 뿐만 아니라
오이가 주는 시원한 느낌, 무우의 전분의 소화성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일부 음식점에서는 냉면에 얼음을 띄우는데
이는 국물맛에서 너무 차가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첫 맛과 끝 맛에 현저한 차이를 주므로 좋지 않고

같이 넣어 먹는 겨자장은 국수의 맛을 돋우어줄 뿐만 아니라
전분의 독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므로 필수적이다.

아울러 고기를 과식한 뒤에는 메밀냉면을 먹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복ㅇㅇ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강원도 봉평에서 열린 국제메밀심포지엄에서
“메밀이 고지혈증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의 실험결과 메밀 속에 있는 ‘루틴’이라는 성분이
피 속에 있는 지방과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춘다는 것.

혈관벽의 절반에 콜레스테롤이 달라붙어 동맥경화에 걸린 토끼에게
루틴을 먹인 결과 콜레스테롤이 20%로 줄어들었으며,
루틴이 포함된 메밀추출액을 먹인 토끼도 콜레스테롤이 30%로 줄어들었다.

또 피 속에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고지혈증에 걸린 쥐에게 루틴을 먹이자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21%나 줄어들어 고지혈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메밀은 혈중 지방질 감소, 간조직의 산화효소 활성 증가, 대동맥의 지방선 축적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팀의 정00 박사는 “옛부터 고기를 많이 먹은 뒤에 메밀 냉면이나 국수를 먹은 것도 이같은 효과를 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음....냉면 다이어트 함 시도해 볼까나....뱃살좀 빠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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